‘붓의 오디세이’라 평가받는 재불 화가 정기호(66) 화백이 고국의 향수가 그리워 서울에 왔다. 하루 10시간씩 그린 작품 가운데 손에 잡히는 그림 50여점을 서울 인사동 다보성 갤러리에 풀어 놓았다. 2003년 한국고미술협회 전시장에서 열린 ‘화업 50년전’에 이어 2년만의 개인전이다. 칠순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천진스러운 미소를 보노라면 영락없는 은발의 어린왕자다.
그래서 그의 그림엔 늘 동화 같은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정 화백은 현대 회화의 대가이다. 오페라 ‘마술피리’의 모차르트처럼 인간 본연의 표현으로 우리에게 색채의 진동을 전해준다. 색의 오케스트라고나 할까.
파리 1대학 소르본 미학과 교수를 역임한 미술평론가 막스 블럼베르그는 “정기호 작가는 감각의 왕자로 우리로 하여금 더 멋진 세상을 엿보게 한다”면서 “그림의 어린왕자가 있다면 그는 정기호”라고 평했다. 새벽 3∼4시면 어김없이 눈을 뜨고 은발의 머리를 빗고 영혼의 붓으론 마음결을 다듬는다. 그렇게 맑게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그대로 화폭에 옮겨진다.
그는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루 작업 시간은 10시간 정도. 일주일이면 스케치한 종이가 수백 장이 쌓인다. 10여년 전 샤갈,피카소가 좋아서 프랑스로 떠난 그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철저하게 이방인이었다. 끼니를 위해 그림을 팔겠다는 부인을 불결한 사람으로 취급할 만큼 무능하지만 열정의 소유자였다.
그의 기행은 소문났다. 두문불출과 행방묘연은 기본. 어쩌다 나들이할 날이면 출입문을 잠그고도 모자라 입구를 못으로 박는 괴벽도 예사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한국의 고흐’로 통할 정도로 예술혼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행복한 붓질로 동심을 담아낸 ‘유화’ 시리즈와 ‘수채위에 유화’ 등을 선보인다.